드림페인터

001_어느날 꽃밭에서 깜짝놀라다_2040년 7월26일 본문

미래일기

001_어느날 꽃밭에서 깜짝놀라다_2040년 7월26일

D.P 2022. 7. 26. 20:26

도서관으로 가는 산책로 왼쪽편으로 10여 미터에 이르는 해바라기 꽃밭이 있다.

 

코로나가 풍토병으로 전환된지 거의 20여년이 된 지금

혼자있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서로 부담이 되는 세상이 된지 오래다.

눈을 내리 깔고 걷다가 아스팔트 바닥의 타르 조각이나 길옆의 이름모를 풀들을 지켜보기도 하고 

멀리 있는 하늘을 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개를 5도 정도만 들어도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이 보인다는 것.

 

하늘을 보면 자연스레 저멀리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려본다.

그 누군가가 누군가인지...그 누가 누구인지....

여하튼 그 대상은 한명 두명 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름처럼 뭉꿍그려져 있다.

내 나이 역시 하나, 둘, 셋 처럼 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덩어리로 뭉쳐져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늘 지나가는 해바라기 꽃밭, 길 왼편의 그 꽃중에서 어머나 세상에...

깜짝놀랐지 뭐냐, 내가 보는 시선을 따라 눈을 맞추는 꽃한송이가 있었다. 

해바라기도 한송이라고 해야되나. 한대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하루종일 느린 움직임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동일 동작으로

나의 시선을 따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한대의 꽃.

 

소름이 돋는다.

기분이 나빠 도망가려다가 그래도 식물이니 물기야 하겠어 싶어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는데,

해바라기 상판에 커다란 눈망울 두개 입까지 있다.

만약 그 입으로 말까지 했다면 도망을 갔었거나 낫을 들고 돌아왔을런지 모른다.

 

다행이 말은 못하는 것 같고, 커다란 입으로 웃고 있다. 내 눈을 계속 맞추면서...

 

처음에는 이놈이 매우 기이해서 기분이 나빴지만  매번 도서관에 갈때마다 마주치니, 특히 눈을 마주치니.

정이 들고야 말았다.

오늘은 정말 가까이 마주보았다.  살짝 나의 표정도 따라한다. 

 

녀석?을 뒤로 하고 목적지를 향하면서 불러줄 이름을 생각해보았다.

최종 지어준 이름은 녀석이 아니라 그녀이다. 

 

알고보니 나라에서 나같은 외로운 독거 노인의 외로움 방지를 위해 

거리 꽃 밭 곳곳에 이런 플라워봇(Flower Bot)을 설치해 두었다고 한다.

감시용은 아니라고 한다. 눈이 카메라가 아니라고 한다.

3번째 여성 대통령 정부 말을 믿어야겠지. 

 

여하튼

누군가에겐 '그녀의 이름'으로 불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의 이름'으로 불리고,

또 누군가에겐 '친구의 이름' 으로 불릴 수 있겠지.

 

내가 지어준 그녀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저멀리 구름속 그리움 처럼, 내가 먹은 세월의 덩어리 처럼,

그녀 역시 누군가가 불러준 이름의 덩어리가 되어가리라.

 

세상 참 많이 변했다.

한송이 두송이 세송이 꽃밭속에 한대가 떡하니 있다니 말이다... 후~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