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방진복 회사에 있었을 때 사장님이 '넌 꿈이뭐냐?" 라고 묻길래 

 

우주장갑을 만들고 싶다고 한적이 있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모르고 꿈만 야무졌었지. ㅎㅎㅎ

 

말로는 뭘 못하겠냐. 말로는 순식간에 달나라도 가고, 또 안드로 메다를 1초동안 300번이나 왔다갔다 한다. 

 

뭔지도 몰라도 상상할 수 있고, 뭔지 모르기 때문에 용감해질 수 있다.

 

하나 둘씩 알아가면서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줄 알아가면서 우리는 현실을 알게 되고

상상속에 화려하게 꽃피었던 꿈밭에서 즐겁게 노닐다가 그만 땅끝으로 푹 꺼지고 만다.

 

안다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고, 현실을 직시해야 앞으로의 미래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는 것이고,

 

가늠할 수 있어야 내가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알수 있으며, 그 정도내에서 아주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 참 말은 정말 쉽다. 쉬워. 

 

당시 이런 것을 회사에서 너무 많이 봐서 장갑의 끝판왕인 '우주장갑'을 꿈꿨나 보다. 

 

실패한 꿈. 아니 시도 자체를 해보지도 못했으니 실패보다 더 낮은 등급의 끈구름 꿈.

 

상상만으로 즐거웠던 꿈.

 

 

그날 사장 왈

 

'우주장갑을 만들겠다고!!! 와 넌 크게 될 놈이야'

 

그때의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기억은 기분 좋기도 하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씁쓸하기도 하고 뭐 그렇다... 

 

뭐 시간만 들이면 돈도 안들고 뭐든지 만들 수 있다.내 꿈속에 반짝였던 우주장갑.

 

현실은 실패의 연속...

 

그러면서 또 살아간다. 실패조차 없다면 너무 서글프다.

 

이 꿈은 누군가가 이뤄낼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형 우주장갑. 미래의 그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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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물교환 (夢物交換)  (0) 2024.09.13

14년전이었다. 몽물교환(夢物交換)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외국의 어느 물물교환 사례를 보고 참 기발한 아이디어라 생각해서 벤치마킹을 해보려했던 것이다. 
 
어떤 청년하나가 작은 클립하나로 물물교환을 시작해서 마지막 물건이 집한채 까지 가는 일이 있었다.

 

그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인가....

 

암튼 이 청년은 블로그에 자신이 물물교환을 해가는 과정을 기록으로 올렸고, 그 기록이 대중들에게 반향을 일으켰으며

 

그로 인해 유명세와 함께, 결국에는 커다란 단독주택을 물물교환으로 획득하는 데 까지 이른다. 

 
당시 가끔씩 들어오는 그림의뢰만으로 생활했던 나는 이거다 싶어서 클립대신에 녹색 메모패드를 하나 만들었다.

 

아주 단순한 형태이지만 이것에 무언가 의미를 담으면 가치가 생길거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치를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담은 무언가를 널리 알리는 것도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

 

이런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 산골짜기에 아무리 맛난 돈까스를 만들어도 그 산골짜기에 그 돈까스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른다면 없는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빳빳한 하드커버 종이에 A4종이를 몇장 겹쳐서 만들었던 매모패드

 
관련내용 링크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metta&from=postList&categoryNo=211
 
 
이 메모패드에  물건을 교환해주는 분의 꿈을 그려서 서로 맞교환하였다. 3~4번 교환하였던가?
첫번째는 3색팬과 교환하였고, 두번째는 온도계랑 교환, 세번째는 대금, 그리고 마지막으로 CD수납기랑 교환을 하였는데...
마지막 물건은 애석하게도 찾는 사람이 없어서 계속 연결이 되지 못하였다.

 

나름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하였으나. 교환된 물건의 매력도도 낮았고, 교환을 시작한 사람의 매력도 낮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이벤트는 결론적으론 실패했다. 홍보도 부족했고, 끈기도 없었다. 의미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14년이 흘렀다. 아.... 세월 빠르다. 정말.
 
이 교환이 다시 시작해볼만 한 일인지 당근으로 실험해볼 계획이다. 뭐 또 실패해도 어쩔 수 없고. 

 

 

 

아주 작은 포스트잇인데 교환자가 나타나서 요구하면 뒤에 그림을 그려주려고 생각함


 

5시간 후...

 

이렇게 올려봤는데 조회수가 23명이나 된다. 

 

그러나 컨택된 사람은 없다. 물건 자체의 매력도도 없고, 스토리도 없고, 판매자가 어떤 사람인줄도 모르는데... 

 

누가 이걸 물물교환하겠다고 나서는 수고로움을 자처하겠는가? 

 

또 실패.

 

일단 첫번째 물건이 교환될 때까지 얼마만큼의 실패가 거듭되는지 테스트 해볼 요량이다. 

 

경험이 없으니 경험을 쌓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소위 꿈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른들은 "야망이 크고 원대해야한다"라고 말해왔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것이 팍팍한 현실에  덧 얹어지는 무게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남들이 보기에 대단히 원대하고 그럴 듯하고 '우와'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하는 것, 혹은 그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나 혹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

 

그 꿈들은 자신만의 마음속 내밀한 곳엣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씨앗이기 보다는

이머 화악 펼쳐진 화려한 꽃잎과 가깝기 때문에

 

안아 품기에는 빵빵히 팽창해 있어

 

뿌듯한 마음쪽 보다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허황이라고 할까?

 

 

나의 나이가 그래서 인지, 요즘 내가 새롭게 정의해보는 '꿈'은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바램에 가깝다.

 

만약 어려가지 개인사나 인간사 혹은 시대사로 인해

 

나의 존재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고

 

내 마음속의 작지만 나의 본 모습이 담겨있는 꿈의 씨앗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바깥으로 손바닥(헨드폰)으로 정신을 팔일이 아니라 눈을 감고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세상이 속도와 밥벌이 혹은 세상사의 관성으로 쭉 이어왔다면

 

어느 참에 멈춰서 내안의 씨앗을 발견할 차례이다.

 

모든 꿈은 작고 애틋한 한 톨의 씨앗이다.

 

운좋게 좋은 환경에 움을 터서 싹을 틔우거나 혹은 시절인연을 만나지 못하여 싹을 틔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걸 품고 사는 사람의 모습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법이다.

 

'작고 애틋한 마음', 사람냄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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